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악마" (일->한)
악마
아쿠타카와 류노스케
바테렌 우루간의 눈동자는, 다른 사람은 보지 못 하는 것도 볼 수 있는 듯 하다. 특히, 인간을 유혹하는 지옥의 악마같은 것은 뚜렷하게 보였다고 한다.
——우루간의 푸른 눈동자를 사람들은 모두 정말 그렇게 믿고 있던 모양이다. 적어도 남만사의 데우스 여래를 예배하는 봉교인 사이에서는, 그걸 의심할 여지 없는 사실로 여기는 듯 했다.
오래된 기록에 따르면 우루간은 오다 노부나가에게 자신이 교토 거리에서 본 악마의 모습을 이렇게 전했다.
그것은 인간의 얼굴을 했으나 박쥐에 날개를 달고 산양 다리를 달고 있는 작지만 기묘한 동물이라고.
우루간은 이 악마를 때로는 탑의 구륜 위에서 손뼉을 치며 춤을 추는 걸 보거나,
때로는 큰 대문 밑 그림자에 웅크려 햇빛을 무척이나 두려워 하는 모습을 자주 보았다고.
그 뿐만이 아니였다. 어떨 때는 산 속 법사의 등에 매달려 있거나, 어떨 때는 성 안에서 궁녀의 머리카락에 매달려 있는 걸 보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 악마들 중 우리 관심을 제일 모은 것은, 어느 귀한댁 공주님의 가마 지붕 위에서 가부좌를 틀고 있는 악마였었다.
고사본을 적은 자는 이 악마 이야기를 우루간의 풍유, 즉 우화를 통한 가르침이라고 해석했다. ——노부나가는 한 때 그 공주님을 연모하여, 기어코 자기 뜻대로 따르게 하려고 했다.
허나 공주도, 그 공주의 양친도 노부나가의 바람을 기꺼워하지 않았다. 그래서 우루간은 공주를 위해 악마 이야기를 지어내 노부나가의 폭주를 타이른 것이라는 듯 하다. 이 해석의 옳고 그름은 애초에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무엇이 옳다 단정 지기엔 쉽지 않다. 그리고, 사실 우리에겐 어느 쪽이든 별로 상관 없는 문제이기도 하다.
우루간은 어느 저녁, 남만사 문 앞에서 그 공주님의 가마 위에 악마 한 마리가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허나, 이 악마는 보아왔던 그것들과는 달라, 보석 같이 아름다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게다가 팔짱을 낀 모양새며, 고개를 떨군 모양새며, 마치 뭔가 깊게 고민하는 듯 하지 않겠는가.
우루간은 공주님의 신변이 염려되기 시작했다. 양친과 함께 열렬한 천주교 신자일 터인 공주님이 악마에게 홀리다니, 예삿일이 아니었다. 그리하여 바테렌은 가마 쪽에 다가가 곧바로 영험한 십자가의 힘을 내뿜더니 손쉽게 악마를 붙잡았다. 그 다음 그 녀석을 남만사 안의 신을 모시는 내전에 목덜미를 붙잡고 끌고 왔다.
내전에는 주님 야소=키리스토의 성화 앞에, 촛불이 그을름을 내며 타오르고 있었다. 우루간은 성화 앞에 악마를 꿇려 앉히고, 왜 네가 공주님의 가마 위에 타고 있었는지 그 연유에 대해 이야기 하라고 캐물었다.
"저는 그 공주님을 타락시켜야지 하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타락시키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청정한 영혼을 본 뒤로, 어찌 지옥의 불길에 데이게 할 수 있겠습니까.
저는 그 영혼을, 그 아득한 푸르름을 구름 한점 없이 지키고 싶다고 간절히 바랬던 겁니다. 허나, 그렇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도리어 타락시키고 싶다는 마음이 치밀어 오릅니다. 제 두 마음 사이를 헤매이며, 저는 그 가마 위에서 절절히 저희들의 운명을 생각하고 있던 것입니다.
만약 이러지만 않았더라면, 당신 기척을 느끼기 전에 아마 땅속 깊이 몸을 숨셔서, 이런 고초를 겪는 일은 없었겠지요. 우리 악마들은 이런 놈들인겁니다. 타락시키고 싶지 않은 만큼 더더욱 타락시키고 싶은 겁니다. 이런 기묘하고 묘하고 괴로울 일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저는 이 슬픔에 곱씹을 때 마다 전에 본 천국의 찬란한 빛도, 지금 보는 지옥의 암흑도 이 작은 가슴 속에서 하나가 되어 가는 것 같습니다.
이런 저를 부디 불쌍히 여겨주소서.
저는 너무나 외로워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아름다운 얼굴을 한 악마는 그렇게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
고사본에 적힌 이 전설은 이 악마의 자취를 자세히 적어두지 않았다. 허나, 그게 우리한테 무슨 상관이겠는가. 읽고 나서 무언가 느낀 것이 깊게 가슴에 남았다면 그걸로 그만.
......
우루간이여. 악마와 함께 우리들을 가엽게 여겨주오. 우리도 그것들과 같은 슬픔을 품고 있나니.
저본:지쿠마 전집류취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전집 제4권 지쿠마쇼보「筑摩全集類聚 芥川龍之介全集第四巻」筑摩書房
1971(쇼와46)年6月5日초판제1쇄발행
1979(쇼와54)年4月10日초판제11쇄발행11
입력:츠치야 타카시(土屋隆)
교정:마츠나가 마사토시(松永正敏)
2007年6月26日작성
아오조라 문고 작성 프로필:
이 파일은, 인터넷 도서관, 아오조라 문고(青空文庫)(http://www.aozora.gr.jp/)에서 만들었습니다. 입력, 교정, 제작해주신 분들은, 봉사자 여러분입니다.
번역 : 박민주 (pmj970@gmail.com)
출처 : https://www.aozora.gr.jp/cards/000879/files/3804_27277.html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다이쇼 시대에 활동했던 소설가이자 번역가이다. 합리주의와 예술지상주의를 표방한 사람이였으며,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 젊은 나이에 요양 중 자살로 삶을 마감해 문단에 큰 충격을 주었으나 그의 생동감 넘치는 나생문, 지옥변 등의 글들은 아사히 신문 선정 지난 1천전간 일본 최고의 문인에서 5위에 들 만큼 일본이 사랑받고 있다.
"악마"는 학자나 이야기꾼으로 보이는 화자가 누구에게 전해주는 듯 이야기가 시작된다. 덤덤히, 관심없는 듯 흘러가듯 이야기 하면서도 곧 자세하게 이야기 하며, 곧 자신도 악마의 고충을 품은 사람으로서 바테렌(포르투갈어로 선교자, 신부라는 뜻) 우루간에게 악마를 위령하듯 자신을 위로해주길 바라며 이야기가 끝난다.
사람은 저마다의 고충을 안고 살아간다. 그 고민이 너무 무거워 나를 짓누르기 전에 저마다의 바테렌와 함께 이야기 하고 자신을 토닥여 주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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